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붙은 치킨집을 발견했다.
가게 이름은 "림스치킨." 그림은 어린 시절 즐겼던 양배추 인형 게임처럼 동그랗고 클래식하며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났다. 90년대 어릴 적 살던 집에서 보았던 그 정겨운 치킨집이었다.
림스치킨이 프랜차이즈였던가 싶었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프랜차이즈였던 것이다.
어릴 적 이 치킨이 무슨 맛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림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어린 마음에 특이한 그림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아니면 치킨이 맛있어서 이 그림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추억에서 떠오른 호기심에 이 치킨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바로 치킨을 사러 갔다.
가게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니 오랜 세월 이 장소에서 가게를 운영해 오셨다고 했다. 간판과 가게 내부는 낡았지만, 세월의 정겨움이 느껴졌다. 집에서 포장을 열어 보니, 치킨이 조각난 현대식이 아니라 옛날 스타일로 다섯 조각으로 크게 잘려 있었다. 큼직하게 뜯어 반으로 찢으니 튀김옷과 살의 열기를 느끼며 먹기 좋았다. 튀김옷도 클래식하고 딱 옛날 느낌의 치킨이었다.
왜곡된 기억일지 모르지만, 치킨을 뜯는 동안 옛날 살던 아파트에서 가족과 먹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림스치킨 가게들이 사라졌고, 어릴 적 살던 아파트도 재건축으로 없어졌다. 이제는 사라진 것들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추억할 수밖에 없겠지만, 명맥을 유지해 온 오랜 가게 덕분에 조금 더 뚜렷하게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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