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악 감상이란 취미를 남들보다 아주 조금 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감상을 제대로 하게 만든 몇몇 뮤지션과 음반들이 있는데, 본조비가 특히 내게 그랬다.
학창 시절 통틀어 가장 많이 들은 음반을 몇 개 뽑자면 반드시 본조비의 <Cross Road>가 속한다.
흔히 많이 들었음을 강조할 때, 테이프가 늘어지게 듣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CD가 늘어지게 들었다.
전곡의 가사를 다 외웠고, 특히 Always는 지금도 가사가 다 기억난다.
노래방에 가면 늘 Always를 불렀고, 아니 노래방이 아니어도 노래 부를만한 일이 있으면 늘 본조비의 노래를 불렀다.
본조비의 팝메틀 계보를 따라 음악을 들었으니, 80년대 록 음악을 들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음반인데, 내게 <Cross Road> LP가 없음을 알았다.
마침 이번 알라딘 할인 행사에서 할인까지 들어가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다.
보통 판을 사면 일단 장에 꽂아두고 언제 들을지 기약 없이 잊혀지는데,
<Cross Road>는 받자마자 바로 판을 개봉해 재생시켰다.
음악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값싼 타임머신이라 생각한다.
음악을 듣는 동안,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시절 본조비가 있었기에 행복했고, 본조비가 좋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딱 본조비 뿐만은 아니지만 본조비는 음악을 듣는 재미를 알려준 뮤지션임이 분명하다.
삶을 살아가다 눈물 나게 힘들 때거나, 과거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면 본조비의 <Cross Road>를 꺼내서 들어볼 생각이다.
사람은 추억을 연료 삼아 살아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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